들뜬 토요일, 쓰러진 일요일, 후회되는 월요일

토요일 큰 딸 아이를 데리고 시청으로 향한다. 이미 한번의 집회 참여 경험이 있는 딸아이는 약간 긴장한다. 최근 폭력적인 진압 장면을 인터넷을 통해 여러차례 보아온 이유로 왠지 슬며시 불안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팀원들 노래한다는 얘기에, 구경할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다는 꼬심에 쉽게 넘어왔다. 도착한 시간은 6시. 이미 시청은 수많은 인파들로 그득했다. 공연때문에 무대옆에서 잠시 얼쩡거리다가, 예상 공연시간을 확인하고 일단 저녁부터 먹기로 한다. 팀원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아이가 어디론가 걸어간다. 다른쪽 테이블에 앉은 사람 등을 쿡쿡 찌른다. 쟤가 왜저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공동육아 하던 아빠다. ㅎㅎ. 지난번 큰애랑 함께 나왔을때도 만났더랬는데, 참 인연이란게 재밌다. 50만 인파속에서, 그 시간에, 그 식당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는것인지..^^
저녁을 먹고 집회에 참여하다가, 큰 딸이 수녀님이 들고 있는 장미꽃을 구해 달란다. 못구해준다. 했더니 슬며시 어디론가 간다. 결국 장미꽃 한송이를 구해서 온다. 내 딸이지만 나를 닮지 않은 대단한 생활력이다. 공연이 시작되어서는 무대 맨 앞에 앉아서, 이모 삼촌을 부르며 열광한다. 예쁘다. 그래 거기까진 예뻤다. 그러니까 나에게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정도는 감수하고라도 충분히 예뻤다는 얘기다. 그다음은?. 애기 아빠들은 대강 예상하겠지만 쉽지 않았다. 예뻤다의 반대말 이었다. 사달라는거 대강 사주고, 쉬 마렵다 할때 화장실로 잘 안내해주고, 선배들을 만나 술 한잔 걸칠때 허락 받아야 했고, 담배도 마찬가지고, 이리 가자면 이리로, 저리가자면 저리로, 질문은 끝없고, 날씨는 덥고, 갑자기 업어달라 그러고.., 뭐 대충 견디긴 했지만, 문제는 집에 갈 생각을 안하는 거다. 뭐 1박2일을 작심하고 나오신 분들이야 일 없겠지만, 우린 전혀 그런 계획이 없었다. 아이의 눈빛도 초롱초롱. 도무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그 눈빛이다. 촛불의 광채와 비스무리한..

결국 인터넷뉴스에서 몇번 본 한국드럼서클협회장의 지휘아래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는 두드림 현장에 아이의 눈길이 꽂혔다. 아이는 더더욱 신이 났다. 물만난 물고기다. 여기서 대강 1시간..ㅠ.ㅠ. 사실 일부러 지치게 나뒀는데, 전혀 지치질 않고, 충분히 놀고, 다른 먹이감을 찾아 또 내 팔을 잡아 끈다. (위 사진 분홍색 옷을 입은 사람이 나다. 아이는 내 품에서 붉은악마 머리띠를 하고 있다 ㅋㅋ) 이번엔 무대 쪽이다. 집에 가자고 꼬셔보았지만 영~~. 그러다가 얼마가 지났을까? 한참을 무대를 향해 이것저것 물어보던 그녀가 조용하다..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보니 졸고 계신다. 드디어 걱정하던 바가 터진것. 이 졸고 있는 말괄량이를 데리고 어찌 일산까지 가느냐. 하는수 없다. 아이를 업었다. 택시를 잡는 수 밖에, 이미 시간은 새벽1시.
택시를 타기위해 정동극장쪽으로 향한다. 가다가 택시를 만나겠거니 했다. 그 길이 일방이라는 생각은 못해봤다. 한참 가니, 택시가 온다. 됐다 싶었다. 외친다. 일산이요!!. 모든 길이 막혔어요. 나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요. 오죽하면 일방길로 들어왔겠어요. 이게 무슨 소리냐. 그럼 어찌 집엘 간단말인가.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린다. 아이의 무게는 순식간에 100톤으로 치솟는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데, 택시기사가 말한다. 일단 타실래요? 헤매더라도 타고 같이 찾아보죠?. 나야 뭐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단 탄다. 아이는 무릎위에서 곤히 잠들었다. 
시간은 흘러 간신히 길을 찾아냈다. 그런데 그때 생각난것. 주머니에 일산까지 갈 현금이 없는것이다. 맞다. 그래서 처음부터 콜을 부르려고 했던것이 기억났다. 이 차 카드돼요? 안되는데요... 카드도 안된단다. 그렇다고 아이를 없고 내릴수도 없다. 머리를 굴린다. 얼른 차를 돌려 사무실로 가자고 했다. 사무실에 차를 놓고 왔으니 그걸 타고 가는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결국 돌아서 사무실로 왔고, 택시비를 내고 나니 가진 현금이 140원이다. 아이를 차 뒷자리에 눕히고 일산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마도 3시쯤.
그렇게 녹초가 되어 잠이 들었고, 다음날 일요일 눈치 안보고 좀 밍기적 댈수 있으려니 했다. 그런데 정말 슬프게도 큰 딸아이 일요일 오전 9시부터 날깨운다. 놀자는거다. 엉엉..일요일 2주 앞으로 다가온 이사준비도 해야했다. 지금생각해 보면 어떻게 일요일이 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사무실을 나왔는데, 왜 어제 S의 첫애 돌잔치에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S가 섭섭해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이제서야 생각났다. 잊어먹어서는 안되는걸 잊었다. 누구를 원망해야 하느냐? 이 모든게 아이탓은 아닐것. 나의 인간관계, 나의 기억력, 나의 체력..에 상처를 준 너. 2MB 모든게 니 탓이다. 증말. 

by 몽상가 | 2008/07/07 18:28 | I n d i _ p a p e r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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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우라 at 2008/07/07 21:23
파란만장했구나....
애키우는 부모님들 대단대단...
Commented by 몽상가 at 2008/07/07 23:46
형님은 언제 가셨어요? 형하고 슬쩍 인사한게 전부네.. 술 한잔 때렸어야 했는데 ㅋㅋ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7/07 22:55
저 셔츠를 보니까 왠지 제가 몽상가님을 본것 같습니다(...) 언제 한번 뵈서 딸 자랑좀 시켜주십사(...)

그나저나 파란만장한 하루 보내셨습니다 흐흐.
Commented by 몽상가 at 2008/07/07 23:45
흐흐 님도 꽤나 고생을 하셨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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