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촛불, 이 명 박 은 오 지 마 라..

고시 발표되던 시간에 늦은 점심을 하고 있었다. 이사를 해야 하는 관계로 사무실 주변 주택가를 한번 휘돌아 치다가, 물론 마누라와 둘째와 함께..칼국수집에 들렀던 것. 오랜만에 보는 티브이에 시선이 꽂히는 순간 고시발표다. 젠장이다. 칼국수 맛 완전 잃어 버리고 욕만 나온다. 마누라에게 오늘 촛불한판 땡겨야 겠는데 어쩌누? 큰애 데리고 갔다와, 작은애는 엄마한테 보내고. 완전 고맙다. 오늘은 마누라 서울가서 공부하는 날이라 아이들 둘다 내가 챙겨야 하는 날이었다. 근데 둘째를 떼어 주신다니 이 얼마나 황공한 일인가.., 얼른 집에 가서 마누라 서울로 보내고, 둘째 저녁 먹여서 장모님댁에 부탁했다. 살짝 미안했다. 큰애는 옆에서, 미친소가 들어온데요.. 으샤 으샤 하러 가요. 연신 신이나서 종알댄다.

쉬운 일이 없다. 일산에 사는 나는 광화문까지 한큐에 도착하는 버스 1200번이 있다. 버스에 올라타고는 큰애와 매뒷자리에 앉아서 연신 즐겁게 놀고 있는데, 연세대를 지나던 버스가 유턴을 하는것이다. 막혔단다. 넨장. 결국 택시를 잡아 타고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간신히 도착. 전경은 개미때요, 시민들은 보이질 않는것. 먼저 가 있던 일행에게 수소문 대열이 종로 3가쯤에 도착했단다. 오케바리 종로5가역으로 지하철타고 간다. 종로5가 도착. 일행이 전화. 갑자기 광장시장에서 우회전 을지로쪽으로 향한다는것. 얼른 아이를 데리고 종로4가 방향으로 갔다. 마침내 대열 발견. 그런데 이미 아이는 지쳐 버렸다.

하지만 아이는 대열을 보자 힘을 내는듯 했다. 그 시간까지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관계로 몇몇 카메라와 폰카가 이 놈에게 작렬하자 흥분의 에네르기가 솟아난 듯 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나의 폰은 이날따라 일찍 전사 했다. 대열은 을지로를 가득 메웠다. 시민들은 점점 불어 났고, 숫자가 어느정도 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열은 결국 다시 종각에서 멈췄고 그곳에서 한동안을 지체했다. 곳곳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호를 외치기도 했는데, 시민들을 가장 힘나게 한 구호는 내 생각에는 뭐니 뭐니해도 이거다. 방송차에서 진행하시는 분이 한마디 했다. 이명박이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구호 하나 합시다. 이 명 박 은 오 지 마 라. ㅋㅋ 개인적으론 유머에 반응이 더딘 편인데, 이거는 작살이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다른 구호 때보다 몇배는 큰듯..그래 정말 오지 마라..

갑자기 시민들이 조계사 쪽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시각 벌써 11시가 넘어섰다. 아이는 지칠 대로 지쳤고, 목이 쉴대로 쉬었다. 집으로 돌아갈때가 된것이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사무실로 가서 차를 갖고 집으로 왔다. 아이는 꿈속이다. 아마도 꿈속에서는 오늘 자신이 배운 최고의 구호, 미 친 소 는 너 나 먹 어. 를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오는 차안에서 아이는 두가지 이야기를 했다. 하나.  이명박이 지금 없는데, 왜 사람들은 물러 나라고 해? 없는데. 음, 물러 나라는것은 대통령을 하지 말라는 얘기야. 이해 했는지 모른다..또 하나 이건 좀 잔인하다. 그래서 * * 표시로 해야 한다. 아이가 한마디 한다. 이명박을 *를 준비해서 * * 버려야해. 응? 그런 말은 나쁜 말이야. 그런 말 쓰면 안돼. 왜 안돼?, 이명박이 나쁘니까 쓰는 거야. 그래도 그말은 아주 무서운 말이야. 이명박이 우리를 미친소 먹여서 죽이려는 거잖아, 그러니까 이명박을 먼저 * * 버려야 해. 에구구. 설명이 쉽지 않다. 게다가 운전중이라. 아이는 그 한마디 하고 차안에서 잠들어 버렸다.

아이를 데리고 촛불행사에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흐뭇했다. 광장의 기쁨은 아이에게도 누리게 해 주어야 한다. 너른 곳에 나오니 반가운 얼굴을 만나게 된다. 예전 공동육아 조합원 한분도 만났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 위치에서 어떻게 만나게 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지금 모 언론사 노조위원장으로 계신 고등학교 선배도 만났다. 딸래미를 데리고 나왔다. 참고로 그 신문은 조 중 동은 아니다. ^^ 아이는 내 무등을 타고 대열 앞과 뒤를 다 확인하며 신기해 했다. 사람이 엄청 많아. 라고 외치기도 한다. 아이가 귀여운지 사람들은 이것 저것 먹을것을 가져다 준다. 신이 났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지만 오늘 만큼은 풀어 놓았다. 사람들이 가져다 준것중에는 먹다 남은 안주도 있었다. 재밌는 사람들이다.

지금 아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아이를 위해, 모두를 위해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by 몽상가 | 2008/05/30 01:40 | I n d i _ p a p e r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thatsky.egloos.com/tb/439040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Murky at 2008/05/30 04:04
이쁜 따님이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
Commented by 몽상가 at 2008/05/30 15:37
최고예요.. 근데 문제는 너무 잘 게겨요 ㅋㅋ
Commented by 은혈의륜 at 2008/05/30 07:01
고시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는데 고개 숙이려면 왜 그 짓거리를 한건지(...)
Commented by 몽상가 at 2008/05/30 15:38
그러게요..죄송하단 말 비스무리한 말도 했다는데.. 죄송할 짓을 왜 하는지..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